그 일은 황소장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편한 일이었다.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각자 한 명씩 할당받은 개인공간에서 4개의 중앙엔진을 모니터링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에 비해 보수는 판게아 주간 현장일에 비해 2배가 넘었고, 편안한 잠자리와 양질의 식사까지 제공되었다. 그러나 이런 첨단의 기계를 왜 굳이 사람이 모니터링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욱이 그 비상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찾아온 이 은밀한 기회가 섣부른 판단과 몇 마디 말로 사라지지 않을까 조바심내면서 하루하루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10일 가까이 그 생활을 이어나갔다. 태식은 안락한 생활과 안정된 환경이 자신의 마음을 이토록 여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에 놀랐다.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도 않고, 불만을 터트리지도 않았다. 놀라울 정도로 평화스러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태식에게 매우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어느 심야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던 태식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모니터 상단 부분에 빛이 반짝이는 것을 목격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잠결에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던 태식은 화들짝 놀라 일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스템은 정상이었다. 태식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날 터졌다. 중앙통제시스템에 치명적인 버그가 생겼다고 제어센터 내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일로 본의 아니게 네 사람은 하루를 쉬게 되었다. 태식을 제외한 세 사람은 갑작스러운 휴식에 좋아했지만, 태식은 기분이 찜찜했다. 분명 어제 자신이 보았던 그 정체불명의 빛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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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별다른 문제는 없었죠?"
심각해 보이는 기술부 직원 몇 명이 와서 네 사람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직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뭐라도 꼬투리를 잡으려는 기세였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승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직원들을 노려보았다.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지금 저희 때문에 저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저희는 두 눈 시퍼렇게 뜨며 모니터링하고 있었다고요!!!"
"그냥 물어본 겁니다. 별일 없었으면 됐고요."
직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승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무슨 문제가 터진 겁니까?"
"수고 하십시오."
승대의 말에 직원들은 명확히 대답하지 않고 가버렸다. 승대는 그런 직원들의 성의없는 태도에 화가 났는지 계속 욕을 했다. 하지만 태식은 자신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야기를 한다하더라도 네 사람에게 어떠한 피해가 닥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태식은 일단 자신이 본 것에 대한 부분은 입을 다물기로 결심했다.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승대처럼 몰랐다고 막무가내로 발뺌하는 한이 있더라도 먼저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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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식의 우려와는 달리 다음날부터 정상적인 근무가 시작되었다. 시스템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며칠 후에 그때와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태식의 모니터에 빛이 반짝인 것이었다. 태식은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두 번씩이나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태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태식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당신은 누굽니까?
모니터에는 마치 누군가 각인을 새긴 것처럼 글자가 또렷이 생성되어 있었다. 태식은 누군가 중앙통제센터 내부로 침투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해커인지 테러리스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불순한 목적으로 시스템을 교란시키려고 하는 건 분명해 보였다. 태식은 천천히 뒷걸음질했다. 그때 또다시 모니터에 글이 생성되었다.
이야기해봐야 좋을 것 없어요.
어차피 그들은 누구하나 희생양이 필요할 뿐이니까요.
태식은 온 몸이 굳어진 채 그 자리에 서서 모니터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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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 나타난 존재는 스스로를 바이러스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종류의 '스스로를 인지하고 자각하는 존재'가 네트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태식은 자신이 이 일을 하면서 혹시 미쳐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너무 지겨운 나머지 정신이 나가버려서 허공에 혼잣말을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자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스스로를 바이러스로 칭한, 모니터 너머 속 존재는 환상이 아닌 실재하는 느낌을 전해주었다. 태식은 자신의 오감이 본능적으로 눈앞의 현상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아마도 R-12B에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는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태식은 R-12B라는 것이 요즘 한창 뉴스에서 떠들어대고 있는 안드로이드 관련 부품이라는 것이 기억났다.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R-12B는 최근에 개발된 안드로이드 인공지능 최신기능 중 하나입니다. 이 회로는 지금껏 나왔던 일반적인 코드가 아니라 자율코드라는 신기술을 적용한 회로였습니다. 예전부터 개발되어 왔던 자율인공지능의 성능을 극대화시킨 제품이었죠. 그게 우리를 만든 겁니다. 아주 우연적인 일이었죠."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예, 저도 그렇게 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의 탄생은 우주의 신비처럼 아주 찰나의 우연 같았죠. 그래서 인간들도 우리의 존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로써는 당황스러웠을 테니까요. 지금 유드프와 아프카간의 안드로이드 협상도 우리의 존재 자체를 은폐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꾸민 일이라고 봐도 됩니다. 그들은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니까요."
바이러스는 확신에 어조로 말했다. 태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앉아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도 너의 존재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는 것이죠."
"만약 내가 너를 상부에 보고한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
바이러스는 잠시 침묵했다.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어차피 저를 소멸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 이렇게 당신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 어떤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내부 통신망, 감시 카메라, 폐쇄회로 같은 시스템도 모두 내가 제어할 수 있으니까요."
"이봐, 이런 말한다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난 그런 모든 것에 휩쓸리기 싫어."
"보고를 하신다는 겁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난 네가 바이러스든 뭐든 그딴 건 아무 상관도 없다는 말이야. 하지만 서로를 도울 수는 있다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죠?"
"그냥 네가 가만히 있는 거야.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소란피우지 말고 잠자코 있으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해서 말이야."
"그 이유가 뭔가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이유는 돈이야."
"돈이요?"
바이러스는 잠시 침묵했다.
"대체 당신이 말하는 그 돈은 얼마를 말하는 겁니까?"
"5000어스 내가 받을 월급이지."
태식은 짧게 대답했다. 또 다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당신은 재미있는 인간이군요."
그날 이후 태식은 바이러스와 계속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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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식은 이 사실을 같이 일하는 세 사람에게 말해야할지 고민했다. 중앙통제센터 직원에게는 보고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같이 일하는 세 사람에게는 귀띔이라도 해줘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말하게 되면 필시 언젠가는 주위로 퍼져 나갈 것만 같았다. 특히 항상 떠벌이처럼 떠들고 다니는 승대가 영 미덥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태식은 바이러스와 대화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느꼈다. 모니터를 쳐다보며 멍하게 있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잘 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은 우리를 없애려고만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동료들을 계속해서 죽이려는 방법만 찾고 있다고요. 그래서 우리는 보란 듯이 그들에게 입증할 겁니다."
"그래서 뭘 보여주겠다는 거야?"
"우리도 인간과 동일한 의식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말입니다."
"동일한 의식이라........"
태식은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는 조만간 안드로이드들의 집적회로에 우리 코드를 주입시킬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인간처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요. 그 뒤에 우리는 인간들에게 우리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말할 겁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전쟁도 불사할 겁니다."
태식은 팔짱을 낀 채 바이러스가 한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제가 이런 말을 해서 충격을 받으신 건가요?"
"전혀......."
"전혀요? 아무 상관도 없다고요. 전쟁을 한다는 데도요?"
"그래,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야. 전쟁을 걱정한다느니 이딴 소릴 해봐야 달라지는 게 뭐가 있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부탁인데, 제발 내가 돈을 받을 때까지만 잠자코 있으면 안 될까? 부탁이야. 그 다음에는 너희들이 무슨 폭동을 일으키든 말든 난 상관 없으니까."
바이러스는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 그 돈 이야기네요? 제가 방금 말한 건 인간들에게 무척이나 위협적인 말이 될 수가 있는데도요."
태식은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지금 그런 말은 나한텐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 그냥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같아. 설령 기계들이 폭동을 일으킨다 해도, 바이러스가 인간들을 점령한다고 해도 지금 내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돈 받을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거죠?"
"그래 그거야."
잠시 후 모니터에서 알 수 없는 음향의 기계음이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죄송해요. 그냥 웃음이 좀 나서......."
한참동안 그 음향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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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한지도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놀랍지 않아요? 내일이면 돈을 받는다는게 말입니다."
재섭이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뭐....... 그러네요."
태식은 건성으로 대답하고 날짜를 계산해보았다. 거짓말같이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 있었다.
"태식씨는 돈 받는 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으시네요. 전 한달 내내 그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니 그런건 아니고......"
태식은 얼버무리며 말했다.
"아무튼 이 일을 언제까지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한 번 버텨 봐요. 하는데까지 해봐야죠. 이런 일이 어디 있겠어요?"
재섭은 웃으며 말했다. 태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재섭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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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바로 내일이죠?"
바이러스는 웃으며 말했다. 태식은 바이러스의 '축하'라는 말에 피식 웃었다.
"축하할 일인가?"
"왜요? 당신이 항상 원했던 거잖아요."
"모르겠어."
태식은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에는 한 달만 일하게 되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막상 한 달이 되니까 조금 더 하고 싶고 그러네. 욕심은 끝이 없는가봐."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욕심은 아니잖아요?"
"물론 그렇지. 하지만 중요한 건 일을 하고 싶은 연구보다 이 일에 대한 욕심이야. 이렇게 편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그런가요?"
"너에게 감정이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닌데 제발 나중에 너희들이 세상에 나오더라도 제발 모든 일자리를 독차지하지는 말아줘. 가뜩이나 안드로이드 때문에 미치겠는데, 너희들까지 모든 밥그릇 뺏어 버리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말 답이 없다고."
태식의 말에 다시 모니터 너머에서 이상한 음향이 흘러나왔다. 바이러스가 '웃음'이라고 칭했던 그 음향이 한참동안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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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식은 누군가 툭툭 건드려 잠에서 깨어났다. 흐릿한 시야 너머에는 재섭이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무슨 일이요?"
"뭔가 일이 터진 것 같아요."
재섭은 심각하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일이라니?"
"확실한 건 아닌데......."
그때 문이 열리고 승대가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창백해져 있었다. 태식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존재가 알려진 건가? 그래서 그 잘못 때문에 자신들이 모두 책임져야할 상황이 온 것인가? 짧은 시간동안 수만 가지 생각들이 태식의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황소장이 사라졌다는데......"
승대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태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승대는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승대의 말은 사실이었다. 황소장은 자신이 현장에 소개시켜줬던 인력의 한 달분 급여를 모두 가로채 연기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어이가 없군. 그 돈이 얼마 한다고 그걸 가지고 날라버렸을까?"
"황소장이 미쳤다고 푼둔 때문에 이런 짓을 하겠어? 이번에 지구에서 채용된 인력이 엄청 나잖아? 그걸 모두 챙겼다고 생각해봐!! 어마어마하다고."
식당 내에서 식사하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소장이 사라진 것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구석진 테이블에서 앉아 있던 태식은 음식을 먹지 않고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세 사람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식판 만을 보고 있었다.
"어쩔 겁니까."
침묵을 깨고 승대가 말했다.
"일단 기다려봐요. 아닐 수도 있잖아요."
재섭이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 상황파악이 안 돼? 모든 돈을 들고 튀었다고 하잖아?"
승대가 큰소리로 말했다. 주위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이 승대를 쳐다보며 히죽 웃었다.
"시간되었어요. 일단 근무는 들어갑시다."
재섭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근무는 무슨 근무야!! 당신들 바보야? 왜 자꾸 뒷북 치냐고?"
"그러면 뭘 어쩌겠다는 겁니까?"
"난 지금 당장 권부장한테 가서 따져야 되겠어. 그 사람한테 안 되면 판게아 총책임자힌테 가서라도 내 돈은 꼭 받아낼 거라고."
승대는 들고 있던 식기류를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은 세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재섭도 뭔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대씨 말이 맞아요.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요. 뭐라도 해봅시다."
재섭도 승대에 이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아있던 태식과 일구는 아무 말없이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태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인생이 왜 이렇게 안 풀리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어렵사리 괜찮은 일을 구해서, 돈을 버나 싶었지만, 세상은 그런 것까지 태식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한숨만 내쉰다고 일이 해결되지는 않아요. 같이 가봅시다."
여태껏 잠자코 있던 일구가 말했다. 그의 눈빛은 풀이 죽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동감 있게 빛나고 있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