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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참 웹소설 집필에 몰두할 때가 있었는데요. 이 소설은 2012년도 공모전 출품을 위해 쓴 것으로 기억됩니다. 열정과 파이팅 넘치는 예전의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보도록 할게요.
2052년 유드프(Universe Development Federation. 우주개발연방. UDF)를 중심으로 개발되던 우주개발사업은 아프카(Android Production Company Association. 안드로이드제조기업협회. APCA)가 제기한 안드로이드 단가문제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된다. 이런 의견대립은 우주개발초기부터 있었던 고질적인 문제였지만, 화성개발로 인해 의견 차이는 더욱 커지게 된다. 급기야 아프카가 우주개발에 가장 핵심적으로 사용되던 안드로이드들을 단계적으로 회수해가는 극단의 조치로 인해 우주개발의 가장 중요한 핵심사업 중 하나였던 판게아 프로젝트는 전 방위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판게아 프로젝트는 행성에 거대한 우주도시를 만들고 여러 가지 산업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한 장기적인 우주개발계획이었다. 이제 이러한 거대한 프로젝트가 서로간의 의견대립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었다. 판게아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유수의 기업들은 유드프와 아프카의 협상이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대규모 인력들을 지구에서 채용하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급조한 지구인력들은 안드로이드들과 달리 업무적인 부분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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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경적과 같은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태식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 거무스레한 천장의 미세한 균열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태식은 일어나기 싫었다. 또다시 반복될 끔찍한 하루가 눈 앞에 그려졌다. 이대로 일어나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렇지만 태식에게 남아있는 현금은 50어스도 채 되지 않았다. 지구로 돌아갈 차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태식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침조회시간은 어수선했다. 판게아 4-A현장책임소장은 독이 바짝 오른 표정으로 부서팀장들을 질책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유드프와 아프카간의 안드로이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에게 관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소장이 가장 핏대를 올려가며 팀장들을 달달 볶은 건 지구에서 채용된 인력들의 형편없는 근무능력이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교육시키는 거야!!! 최소한 지금쯤 롤린 정도는 그냥 조작해야하는 게 정상 아닌가?"
현장 소장은 공격적인 말투로 윽박질렀다. 팀장들은 이 상황에서 대꾸를 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모두들 쥐죽은 듯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십 여분만에 열변을 토하던 현장소장은 씩씩거리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팀장들은 혼이 빠진 표정으로 서 있었다. 몇몇 근로자들은 이 광경을 재미있다는 듯 킬킬 대고 있었다.
"오늘부터 태식씨 혼자서 일을 하실 수 있겠죠?"
용접부 소속 경수가 짜증이 배어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조건 해야 합니다. 벌써 며칠 동안 교육을 해드렸기 때문에 이제 무조건 혼자 하셔야 해요. 아시겠습니까?"
경수는 자신의 할 말이 끝나자 홱 돌아서 가버렸고, 태식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자신 앞에 서 있는 롤린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태식의 롤린 조작법을 3일 동안 교육 받은 건 맞지만 혼자서 능숙하게 조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랫동안 근무하던 사람들 중에서도 롤린을 조작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고작 3일을 교육시키고 작업을 하라는 말에 태식은 어이가 없었다.
"빨리 안 합니까!!"
멀리서 태식의 행동을 지켜보던 경수가 소리를 지르며 다그쳤고, 태식은 어쩔 수 없이 롤린에 탑승했다. 운전석에 올라탄 태식은 배치된 조작버튼과 레버들을 보자 머릿속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며칠 간 교육을 받았지만 기억이 나는 것은 시동을 켜는 것 밖에 없었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경수가 독사와 같은 눈빛으로 태식의 행동을 노려보고 있었다. 태식은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 앞에 있는 레버를 당겼다. 잠시 후 롤린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동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태식은 더 이상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다가온 경수가 유리문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뭐하는 겁니까?"
경수는 소리를 꽥 질렀다. 그 순간 태식은 거대한 불덩이가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참아야 했다. 여기서 자신이 폭발해봐야 얻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경수의 다음 말에 태식은 눈 앞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진짜 바보아냐? 나이는 처먹을 대로 처먹어 가지고, 안드로이드보다 멍청하면 어떡하라는 거야?"
태식은 고개를 돌려 경수를 노려보았다. 경수는 실실 웃고 있었다.
"내가 틀린 말 했어요?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해보든가?"
다음 순간 태식은 이성을 잃고 경수에게 달려들었고, 두 사람은 땅바닥에 나뒹굴어 몸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위에 있던 동료들이 놀라 뛰어와서 두 사람을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태식은 악을 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고, 경수 역시 거친 욕을 해가면서 태식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렇게 요란한 소란이 있은 후에 용접부 담당팀장 용재가 태식을 따로 불렀다.
"당신 해고에요. 속소로 가서 당장 짐 싸세요!!"
용재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끝이었다. 태식은 잠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용재를 쳐다보았다.
"그....... 그러면 3일치 일당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인력 소개소 쪽으로 가서 해결 하쇼!! 난 그런 거 모르니까!!"
용재는 짤막하게 대답한 뒤에 가버렸다. 태식은 허탈한 표정으로 짐을 싸러 숙소로 걸어갔다. 태식은 물끄러미 현장을 둘러보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태식의 싸움을 보면서 생기를 띠던 직원들은 다시 의욕 없는 눈빛으로 일하고 있었고, 태식과 싸웠던 경수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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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게아 현장에서 다른 일을 해볼 생각 있습니까?"
"예?"
황소장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태식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3일치 일당을 받기 위해 인력소개소 황소장에게 찾아왔는데, 다시 일을 제한한 것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묘한 정적이 흘렀다.
"다른 일이라뇨?"
"말 그대로죠. 다른 일 말입니다."
황소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식은 그런 황소장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전 방금 해고를 당했는데요."
"두 가지만 말씀드리죠. 첫째는 판게아 현장에서는 늘 싸움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분위기가 더 안 좋으니까 그런 문제들이 더 심합니다. 그래서 태식씨가 싸운 건 판게아 내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란 것이죠."
"하지만 담당자가 직접 저를 해고시켰는데요."
"판게아에는 꽤 많은 부서들이 있습니다. 이 부서라는 개념이 무엇이냐? 다 각각의 독립된 회사 같은 개념이어서 한 부서에서 해고를 당했더라도 다른 부서로 옮기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이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두 번째!!!!"
황소장은 태식의 말을 끊었다. 그의 눈은 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주 편한 일이 생겼다는 겁니다."
"편한..... 일요?"
"하실 겁니까?"
"그게....... 대충 어떤 일인지는 알아야......."
"하실 겁니까? 안 하실 겁니까? 그것만 말씀해주세요. 지금 바로 인원을 확정지어야 하는 업무라서."
황소장은 태식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재촉하듯 말했다.
"무슨 불법적인 일이거나 그런 일은 아니죠?"
태식의 말에 황소장은 웃었다.
"저도 이 바닥에서 10년이 넘었습니다. 담당자들한테 몇 마디 말만 들어보면 이 일이 어떤지 눈에 훤히 보인다는 거죠. 제가 편하다고 하면 정말 편한 겁니다."
황소장이 말했다. 태식은 망설였다.
"할 겁니까? 말 겁니까? 지금 바로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태식씨가 아니더라도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줄 서 있습니다."
태식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빛의 지구를 응시했다. 이대로 지구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어떤 마음을 먹고 이 곳 달 기지의 판게아까지 일을 하러왔는데, 고작 몇 마디의 다툼으로 빈손으로 지구로 귀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겠습니다."
태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황소장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오색찬란한 넥스트 홀로그램의 화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람은 말입니다. 줄을 잘 서야 해요."
황소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순간 태식은 속이 울렁거렸다. 자신이 뭔가 실수를 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싸우고 해고당했던 판게아 현장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황소장이 말한 일이 롤린 작업보다 더 고난이도의 일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담당자하고 며칠 이후에 멱살 잡고 싸울 것인가? 태식은 지금이라도 황소장에게 자신은 이 일을 못하겠으니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며칠 일하다가 또 다시 문제가 생겨 해고당할 바에는 지금 그만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식이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져 있을 때 황소장은 멀리서 오는 누군가 문을 열고 인력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진짜 못하겠습니다. 일도 너무 힘들고, 사람들도 너무 거칠고......."
남자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애처로운 표정으로 푸념을 쏟아냈다. 황소장은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남자는 그런 황소장의 태도에 더욱 감정이 복받쳤는지 계속해서 불만을 토해내었다. 그렇게 한참을 폭풍같이 말을 쏟아뱉던 남자는 이내 맥이 풀렸는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은 일이 하나 있긴 있습니다. 가능하십니까?"
황소장은 태식에게 그랬던 것처럼, 남자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다. 남자는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방금 해고되었는데,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황소장은 다시 싱긋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여기 계신 이 분도 방금 해고처리 되셨는데, 다시 일을 하시게 되었으니까요."
황소장은 태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남자의 표정은 밝아지기 시작했다. 태식 역시 뭔지 알 수 없는 안도감으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 머나먼 달 기지의 삭막한 판게아 현장에서 자신과 비슷한 류의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반가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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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재섭이라고 합니다. 박재섭."
재섭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 판게아는 사람이 있을 곳이 못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거의 안드로이드가 대부분의 일을 했다고 하는군요."
재섭이 말했다. 태식은 그저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두 사람은 황소장이 말한 그 '편한 일'을 하기 위해 현장으로 가고 있었다. 앞서 가던 황소장이 누군가를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이 번에는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이름은 김승대와 장일구였다. 두 사람의 표정도 재섭과 마찬가지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장일구라는 남자는 유독 표정이 어두웠다. 이미 황소장과 이야기를 다 끝난 것처럼, 황소장이 하는 설명을 듣고만 있었다.
"저렇게 상태 안 좋은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이면 분명히 힘든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재섭은 두 사람의 남루한 행색을 보며 중얼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판게아 현장 게이트를 지나 무채색으로 펼쳐진 황야 같은 현장을 다시 마주했을 때, 재섭은 몇 시간 전에 일어난 힘든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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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향한 곳은 접합부도, 시스템부도, 톨린을 쉴 새 없이 조작해야 하는 용접부도 아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중앙제어센터였다. 판게아 현장의 중앙시스템을 총괄하여 관리, 제어하는 곳이었다. 태식도 멀리서만 건물을 봤을 뿐 이렇게 가까이 온 건 처음이었다. 건물은 우중충하고 지저분한 여타 현장 건물들과는 달리 무척 깔끔해보였다.
"꽤 좋아 보이죠?"
황소장은 깨끗한 중앙제어센터 앞에서 멈춰선 채 말했다.
"여기에서 일하시게 될 겁니다."
황소장이 웃으며 말했다. 네 사람은 할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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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이신가요?"
권부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곳 중앙제어센터 내부에서 중앙엔진들을 관리하는 담당자였다. 그의 행동에는 관리자다운 느긋한 여유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
"예, 맞습니다. 부장님. 이분들이 저희 회사에서 선발된 정예요원입니다."
황소장은 알랑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예요원이라는 말에 분위기는 묘하게 어색해졌지만, 황소장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계속 웃고 있었다. 권부장 역시 황소장의 그런 말에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으며, 계속 여유로운 미소만 짓고 있었다.
"하하, 하시게 될 일은 단순한 모니터링이기 때문에 그렇게 고난이도 작업은 아닙니다. 중앙엔진 쪽에 설치되어 있던 안드로이드 R-12B가 파업 때문에 전량 회수되어 가는 바람에 시스템을 제어해주는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그래서 수동으로 이것을 컨트롤해줘야 하기 때문이죠."
"저희가 저 기계를 만져야 한다고요."
가만히 있던 승대가 불쑥 말했다. 권부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여러분들이 기계를 만지거나 하실 일은 없습니다. 그건 직원들이 다 알아서 하는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야간에 엔진 옆에서 대기하고 계시다가 계기판에 이상 수치만 생기면 바로 보고해주시면 됩니다. 낮 근무 때는 직원들이 확인하는데, 아무래도 야간에는 직원들도 쉬어야 하니까요. 여러분들은 아주 편한 일을 하시게 될 겁니다. 남들 자는 시간에 대기하는 게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 외에는 힘든 점이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그리고 급여는 야간에 일하는 근로기준으로 책정되어서 지급될 겁니다."
권부장의 말에 가만히 있던 재섭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야간 기준이면..... 두배라는 건가요?"
"네."
재섭의 말에 권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잠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2배라고? 태식은 믿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여러분들이 원래 받아야 할 급여가 2500어스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두배니까 5000어스 정도 되겠네요."
황소장이 권부장이 말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그 역시 수수료를 2배 넘게 챙기는 것이기에 얼굴에 웃음이 만연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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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장은 이런 좋은 일자리는 판게아 현장이 아니라 지구에서도 쉽사리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생겨난 것은 안드로이드 파업 때문이며, 파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은 계속 될 것이니 한몫 단단히 챙기려면 무슨 일이 있어서 버티라고 말한 뒤 서둘러 어딘가로 가버렸다.
이후에 중앙통제센터 직원 한명이 와서 관리해야할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 설명했다. 업무라고 해봤자 특별한 일은 없었다. 권부장이 말한 것처럼 앉아서 모니터링하는 일이 전부였다. 직원은 모니터의 비상알람을 울리는 것만 주의 깊게 봐야한다면 특히 강조했다.
그들이 머무를 숙소는 중앙통제센터 내부에 있었다. 현장에서 근무할 때 있던 숙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쾌적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좋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은 네 사람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가 여러분이 생활하게 될 공간입니다. 식사는 통제센터 내부에 있는 직원식당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내일은 중앙통제센터의 임시출입증이 발급이 될 겁니다. 그러면 자유롭게 외출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직원은 자세한 설명을 한 뒤 가버렸다. 남겨져 있던 네 사람은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던 중 재섭이 정적을 깨고 말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밖에선 하루 종일 욕 얻어먹고 일해도 2500어스밖에 안 주는데, 왜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5000어스를 준다고 하는거죠?"
그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이 네 사람 중에는 없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승대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메고 있던 가방을 한쪽으로 툭 던졌다.
"그걸 누가 알겠수. 그냥 운 좋은 걸로 합시다."
"운 좋은 일요?"
"어딜가도 사각지대는 있죠. 그동안 직원들이 하던 편한 일들을 우리가 그냥 한다고 생각합시다. 너무 깊이 생각하시지는 마시고."
승대는 피곤하다는 듯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승대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더 이상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더 갈 곳도 없었다. 이곳이 아니라면 이제는 지구로 귀환해야 했다. 태식은 문득 몇달 전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때 그 사업을 하지만 안했더라면, 이 일은 분명히 될 것이라는 확신만 가지지 않았더라면, 이 일은 안드로이드와 AI에 의해 뺏기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않았더라면, 그 돈을 잃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 지난 일이었다. 그 돈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존재해야할 의미는 이미 잃어버렸다. 재기를 하기 위해 이 곳 판게아까지 왔다면 목표한 금액을 채워야 했다. 어쩌면 승대라는 남자의 말처럼 자신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조그마한 운이 온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여러 가지 잡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던 중에 그는 기절하듯이 곪아 떨어져버렸다.
-계속-